이별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더냐
글 . 가이우스
먹빛 같은 어둠을 가르며 쉬지 않고 달려온 새벽공기
아직은 어둠의 몸짓으로 졸린 눈 부스스 비빌 때
청아한 아침 맞이할 준비 하라며 코끝을 애무하니
지난밤 짙게 묻었던 어둠이 툭툭 털리며 어느새
온 몸을 간질이는 여명의 아침 햇살에
번쩍 눈을 뜨고 밝고 환한 세상과 함께 깨어났다
해가 지면 강건너 슬금슬금 찾아오는 산 그림자처럼
밤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시린 등 긁어 주는 달빛처럼
이렇게 말없이 언제나 함께 했던 삶이건만
나를 두고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자꾸만 가려하느냐
이별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줄 아느냐
몰래몰래 혼자서 뒷걸음 치며 알 수 없는 눈빛으로
촛점을 숨기며 슬금슬금 피한다고
이별이라고 할 수 있더냐
어느 날 갑자기 날린 문자 이별 메시지 한마디로
무작정 연락 두절 무소식으로
추억의 흔적 채 식지 않은 사진들을 다 찢어 버린다고
애절한 사랑 고백 보관편지함의 메일들을 삭제한다고
새끼손가락 걸며 끼워준 커플반지 던져 버린다고
헤어짐을 작심한 듯
거친 말투와 상처주는 말 내뱉는다고
마주쳐도 못 본 척 모른 척 뒤돌아서 가버린다고
이별이라고 할 수 있더냐
이별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줄 아느냐
이별의 돛단배 띄워 그렇게 멀리
나를 두고 가고 싶더냐
설렘의 통증 껴안고 고백했던
기억의 흔적을 더듬어 보아도
쓰린 가슴 느껴짐이 없더냐
약속된 시간 놓쳐 한나절을 기다려도
설레임으로 대신할 수 있었던
그 느낌들 마저도 거짓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더냐
식은 찻잔을 잡고도 알 수 없는 따스한 온기에
아주 긴 눈빛 마주침의 시간이
어떻게 흘러갔는지 몰랐던 그 느낌
이젠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느낌이 되었더냐
오늘도 내일도 아니 조금은 먼 미래에도
당신과 나의 이별에 대한 변명을
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겠더냐
말없이 흐르는 시간과 함께 이름 석자
부끄럽고 싫어지는 것을 감당할 수 있겠더냐
안개처럼 왔다가 조금씩
사라짐 같은 자연스런 소멸감이
너의 몸과 마음이 허락되는 것을 느낄 수 있더냐
새로운 그리움과 설렘을 향한 꿈틀거림에
너와 나의 삶과 사랑에 반역하는 느낌없이
네 몸과 마음과 영혼이
허락되는 자리를 내어 주더냐
사랑하는 임아 !
이별은 인연의 끝자리라 부르는 끊음이 아니라
끊고 맺음의 명제보다 더 앞자리에 자리 잡은
꼬여 있는 매듭을 풀듯 풀어가는
또 다른 사랑의 법칙임을 모르더냐
잘못하는 짓과 미숙한 짓은
결과는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것인 줄 모르더냐
잘못하는 짓은 다시는 편집될 수 없는 큰 상처로 남지만
미숙한 짓은 도움의 손길을 요구하는 몸짓이며
자신의 부족함을 알리는 영혼의 윙크이며
아름다운 성숙을 위한 위대한 삶의 도구임을 모르더냐
이 둘의 차이를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구나
우리의 사랑은 타올랐다 사라지는
불타는 정열에 전부를 걸지 않는 것이며
아름다운 성숙한 삶을 펼쳐보이며
행복의 종착역을 향해 길 떠나는
나그네 인생임을 왜 모르더냐
이젠 내가 손 내밀 차례이구나
이별이란게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니
두 손 꼭 잡고 그동안 아팠지만 성숙된 사랑을 위해
짧지도 길지도 않는 힘들고 때론 고통스럽지만
지난 것에 대한 기억이 자리 잡지 않는
아름다운 사랑의 여정을 함께 떠나자
행복은 시작도 끝도 없으니
매 순간마다 서로의 성숙을 위해 결단하는
아름다운 몸짓으로 마음의 길 가는 것이며
행복은 오늘 현재 지금 시방 찰나의 이 순간에 포착되는
상큼한 내일을 오늘에 실현 시키며 사는
영원의 삶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네